CJ ENM은 특히 이러한 서사의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는 ‘K-서바이벌’ 장르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부터 댄스, 푸드, 추리, 생존, 연애, 심리, 코미디까지 시대의 트렌드를 영민하게 좇으며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경쟁 서사의 문법을 써내려 왔습니다.
초개인화 시대, 소비자의 취향과 니즈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Gen Z가 열광하는 경쟁 서사의 공통 설정값은 무엇일까요? 트렌드가 된 최근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살펴봤습니다.
[스테이지 파이터] 발레 피지컬&테크닉 오디션 심사위원 캠ㅣC라인
과거에 각광받던 경쟁 서사에는 비교적 실력이 부족한 캐릭터가 여러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스토리가 인기였으나, 근래에는 이미 실력이 출중한 캐릭터가 승부를 겨루며 재평가를 받거나 인정받는 스토리가 열광을 사죠.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설정값중 하나가 저지(Judge) 혹은 멘토가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실력은 이미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자체만으로 입증되었기에, 승패의 요인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갈립니다. 이에 저지가 출연진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자격을 갖추었는지가 주요 세팅 요소가 되었고 <스테이지 파이터>에서는 심사캠, 심사평을 별도 클립으로 기획 공개하며 포커싱하고 그들의 과거 공영영상과 평가 어록까지 화제가 되었습니다.
<흑백요리사> 또한 이같은 설정값을 성공적으로 세팅했기에 출연진 이상으로 안성재 심사위원 존재감이 큰 화제가 되고, 방송 후 다수의 광고모델 섭외로까지 이어졌습니다.
Gen Z는 전문가가 제공하는 신뢰도 높은 정보, 팩트를 중시합니다. 확실한 정보를 통해 해당 분야를 더 깊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서바이벌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심사평은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납득하게끔 합니다.
그렇기에 시청자가 저지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요. 정년이의 설득력을 높일 선배미(美)가 두드러지는 ‘문옥경’을 통해 제작진은 비주얼, 현실감 있는 무대 실력, 의상 세팅까지 어우러져 시청자라면 누구나 긍정할 만한 국극계의 1인자 옥경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멘토 역할이 전체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정년이의 멘토 옥경선배의 티칭 모먼트.zip
캐릭터들의 뛰어난 실력이 경쟁 서사의 기본값이 되었기에 Gen Z의 시청 동력과 흥미를 끌어 내기 위해서는 실력 이상의 새로운 수, 한끗의 차별성도 필수입니다. 이에 흐름을 예상치 못하게 하는 의외의 룰을 세팅하는 것이 중요해졌는데요. 판을 바꾸는 전략 싸움, 비주얼을 극대화하는 크리에이티브 등 실력 외적인 플러스 알파를 발휘할 수 있는 요인은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최근 상대방의 요리 진행을 1분간 멈추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룰을 추가한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2>, 100명이라는 대인원의 동시 트레드밀/요리 방식을 경쟁 구도에 추가하면서 비주얼 쾌감을 준 <피지컬 100 시즌2>, <흑백요리사>의 설정값은 미션 결과물뿐만 아니라,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와우 포인트로 꼽을만한 모먼트를 만들어 냅니다.
100인의 공통미션 현장부감 (상) 피지컬100 / (하) 흑백요리사
<랩 리퍼블릭> 또한 매 미션에 색다른 룰을 가미해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매회 레전드를 경신했는데요. 예컨대 ‘블록 대항전’에서는 출전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 룰을 추가해 1명이 다른 팀 전원을 이겨버리는 그림을 만들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하고 한 여타 힙합 서바이벌과 달리 정치적 요소를 가미해 두뇌싸움을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다른 팀의 래퍼를 영입하기 위해 거짓말로 수를 쓰기도 하고, 전력 구성에 있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버리는 카드’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시청자들은 전략이라는 킥으로 색다른 쾌감을 주는 가오가이에 주목하기도 했죠.
<정년이>의 경우 국극단 합동 공연인 ‘바보와 공주’ 아역 역할을 위한 오디션 조건에서 개인이 아닌 '2인 1조로만 응모 가능'한 조건을 추가 설정하여 '초록이' 캐릭터를 통해 정년이의 심리 묘사가 더욱 돋보이고 관계적인 시너지가 연출되게끔 조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요즘 Gen Z에게 통하는 서사는 개인의 능력치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판을 설계하고, 이미 뛰어난 이들을 평가하기 위해 저지에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최고의 커리어 보유자라는 자격을 강조할 스토리텔링. 마지막으로 신선한 와우 포인트를 이끌어내기 위해 예상치 못한 알파를 가미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요리와 힐링 예능에 '다큐멘터리 자막과 톤' 포맷을 입혀서, 조금 생소한 연출로 화제가 되었던 tvN <콩콩팥팥> 또한 다가오는 1월 <콩콩밥밥>으로 스핀오프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요. 차별성을 바탕으로 2025년 한 해를 채울 CJ ENM 신규 콘텐츠들에 이러한 공통 공식들을 발견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